날씨가 선선해지면 생각이 나는 사케 바로 ‘히야오로시’입니다.
히야오로시는 겨울에 빚은 술을 여름 동안 숙성시킨 뒤, 가을에 선보이는 사케입니다. 갓 만든 술의 생생함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부드럽고 차분한 맛으로 변하는지 즐길 수 있습니다. 가을의 도착을 알리는 계절 술인 셈입니다.
히야오로시를 이해하려면 술이 만들어진 뒤 거치는 과정을 살펴보면 됩니다.
전통적인 히야오로시는 겨울에 술을 빚고, 봄 무렵 완성된 술을 한 차례 가열한 다음 저장합니다. 이 가열 처리를 일본어로 ‘히이레(火入れ)’라고 합니다. 술을 살균하고 효소의 작용을 멈춰, 보관 중 품질 변화를 관리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이후 서늘한 저장 공간에서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되면 출하 전의 두 번째 가열을 생략한 채 내놓습니다.
겨울에 빚기 → 봄에 저장 전 가열 → 여름 숙성 → 가을에 출하(가열X)
이것이 히야오로시의 기본 흐름입니다. 이름도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 나마자케(生酒) : 저장·병입·출하 과정에서 한 번도 가열 살균하지 않은 술
| 나마초조(生貯蔵酒) : 가열하지 않고 저장했다가, 병에 담아 출하할 때 한 번 가열한 술
| 나마즈메(生詰酒) : 저장 전에 한 번 가열하고, 병에 담아 출하할 때는 다시 가열하지 않은 술
전통적인 히야오로시는 이 중 '나마즈메' 방식에 해당합니다. ‘출하 전에 가열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처음부터 전혀 가열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됩니다.
마실 때는 온도를 조금씩 바꿔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살짝 시원한 10~15℃ 정도로 시작해 보세요. 잔에 따른 술이 서서히 상온에 가까워지면서 향과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할 수 있습니다. 따뜻하게 마시기 좋은 제품이라면 약 40℃의 미지근한 온도, 이른바 ‘누루칸’으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히야오로시는 둥글고 짧은 형태의 블랜디 글라스로도 즐기기 좋다고 생각이 듭니다.

역시, 가을이 되면 문득 생각나는 사케 히야오로시입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