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를 마시다 보면 자주 보는 숫자가 있습니다.
정미보합 60%, 50%, 23%…
정미보합 50%라면 현미 무게를 기준으로 약 절반이 남을 때까지 쌀을 깎았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쌀을 절반, 심지어 20~30%가 남을 때까지 깎으려면 대체 어떤 기계를 사용하는 걸까요?
사케 양조장에서는 일반적인 식용 쌀 정미기보다 훨씬 정밀한 양조용 수직형 정미기(醸造用竪型精米機)를 사용합니다.
쌀이 깨지거나 열을 많이 받지 않도록 천천히 깎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사케 정미기
일본에서 양조용 정미기로 잘 알려진 제조사는 신나카노공업(新中野工業)과 사타케(SATAKE)입니다.
신나카노는 사케용 정미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현재 대표 제품으로 NF-20FA·NF-26FA·NF-32FA 등을 판매합니다. NF-20FA에는 일반 숫돌 대신 다이아몬드 롤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사타케는 쌀 가공 설비로 유명한 회사로, 사케용으로는 EDB15A·EDB40A 등을 생산합니다. EDB40A는 한 번에 최대 2,400kg의 쌀을 투입할 수 있는 대형 정미기입니다.


이런 기계는 얼마일까?
정확한 가격을 알아보기는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신나카노의 정미기는 양조장의 규모와 설비 구성에 맞춰 제작되는 방식이라 공식 판매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별도 견적을 받고 있습니다. 신나카노 자체도 정미기 설계부터 설치까지 수행하며, 제품을 주문형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타케는 EDB40A를 출시하면서 가격을 공개했습니다.
EDB40A 본체 가격 : 2,600만 엔(세금 별도)
현재 환율로 단순 환산하면 약 2억 2,400만 원 정도입니다.
게다가 이 가격에는 컨베이어, 집진설비, 저장설비와 같은 부대시설과 설치공사비가 포함되지 않습니다. 즉 실제 정미공장을 만들려면 비용은 더 올라갑니다.
직접 사다케 한국 지사에 전화로 문의도 해봤었는데, 가장 저렴한 모델이 약 1억원정도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운송료와 설비 셋팅 비용 등은 별도입니다.
그래서 대형 사케 양조용 정미기는 단순한 '쌀 깎는 기계'라기보다는 수억 원 규모의 산업설비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유명 사케 회사들은?
규모가 압도적인 곳 중 하나가 닷사이(獺祭)입니다.
닷사이를 만드는 회사는 자체 정미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이곳에는 무려
정미기 52대 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닷사이 정미 공장 내부)
쿠보타 : 신나카노 NF-26
쿠보타를 만드는 니가타의 아사히주조(朝日酒造)도 상당히 일찍부터 자체 정미시설을 구축한 회사입니다.
1980년대 쿠보타의 고급 제품을 만들기 위해 별도의 정미동을 건설했고, 당시 정미기는 컴퓨터를 통해 회전속도와 정미 조건을 자동으로 제어할 수 있었습니다.

(쿠보타 정미 공장 내부)
사타케의 현행 양조용 정미기 EDB40A 기준으로는 2,400kg 투입 시 도정 시간입니다.
정미 보합 70% --> 6~12시간
정미 보합 60% --> 14~24시간
정미 보합 50% --> 26~38시간
정미 보합 40% --> 42~58시간
왜 이렇게 오래 걸리냐면 빨리 깎을수록 마찰열이 올라가고 쌀이 깨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정미로 갈수록 쌀알이 작아지고 약해지기 때문에 후반부로 갈수록 더 조심해서 천천히 깎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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